
북한 여자축구단이 8년 만에 한국 땅을 밟습니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 참가를 위해 입국하는 것인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이후 공식적인 체육계 방남으로는 처음입니다.
평양 연고의 '내고향여자축구단'은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수원에프시 위민과 4강전을 치릅니다.
응원단 모집은 뜨거웠지만 '법적 딜레마'에 직면
소식이 전해지자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환영 성명을 냈습니다.

대규모 응원단을 모집했으며, 특정 단체는 백 명의 응원단이 한 시간 만에 마감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하지만 경기 당일 축구장 분위기는 평창 동계올림픽 때의 따뜻한 무드가 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응원 깃발이 없는 역설적 상황
가장 큰 문제는 응원 도구입니다.

북한 선수들을 응원하겠다는 명목으로 인공기를 경기장에 들고 와 흔들거나 전시하면, 현행 국가보안법 위반 소지가 있습니다.
치안 당국도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체제 선전물 반입을 엄격히 통제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회책으로 자주 쓰였던 한반도기를 꺼내는 것도 막힐 가능성이 큽니다.
아시아축구연맹은 경기장 내 정치적, 종교적 표현물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응원하고 싶어도 꺼낼 깃발이 없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진 셈입니다.
북한의 이중성과 한국 정부의 냉각된 기조
이번 방남이 보여주는 진짜 이면은 북한의 이중성입니다.

북한은 헌법 개정까지 거론하며 남한을 주적이라 칭하면서도,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의 고립을 피하기 위해 스포츠 교류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습니다.
체제 건재를 과시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한국 정부의 대응도 과거와 확연히 다릅니다.
과거에는 남북 스포츠 행사를 교류와 평화의 상징으로 포장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현재 통일부는 이번 경기를 '단순한 국제대회의 일환'으로 명시했습니다.
북한을 특별 대우하지 않고 규정에 따라 다른 외국 방문 팀과 동일하게 취급하겠다는 단호한 원칙입니다.
8년 만에 국경을 넘어온 북한 선수들을 맞이할 90분의 그라운드는 양국의 싸늘해진 안보 현실을 가장 극명하게 비추는 거울이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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